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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07 21:30 수정 : 2009.05.07 21:30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문제를 둘러싼 검찰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노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그사이 정치권과 언론에선 온갖 간섭과 참견이 쏟아졌다. 상당수는 불구속 수사하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속셈을 드러냈다. 보수 성향의 어느 신문은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 자칫 동정론을 불러올 수 있다며 대놓고 불구속 재판을 주장했다. 충분히 망신을 줬으니 정치적 역풍이 불기 전에 이쯤에서 마무리하자는 말도 공공연하다. 이제는 국가정보원장이 검찰총장에게 불구속 기소 의견을 전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이러니 비리 수사라기보다 정치적 보복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로서도 독점적 기소권을 쥔 수사주체로 인정받지 못한 꼴이니 수모가 아닐 수 없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다름아닌 검찰의 수상하고 한심한 행태 때문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에 앞서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할 확실한 증거를 쥐고 있는 양 자신있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론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부인과 아들 등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을 재임중 알았느냐는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쪽 주장이 여전히 엇갈린다. 검찰이 지금껏 내놓은 증거도 대부분 정황증거다. 이 정도라면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도록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게 온당하다. 다툼의 결과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이 일부 혐의에 대한 노 전 대통령 쪽 해명자료를 기다리기로 했으니 검찰 스스로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자인한 꼴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여기저기 여론 수렴을 한다며 소란만 떨었다. 검찰총장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느니 불구속으로 결정했느니 따위 정반대 보도가 한꺼번에 나오기도 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검찰의 이상한 좌고우면이 스스로를 희화화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검찰은 증거로 뒷받침되는 범죄의 혐의가 중대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으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불구속하는 게 옳다. 괜한 허세를 부릴 일도 아니거니와, 법률적 판단보다 이런저런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서도 안 된다. ‘꼼수’나 ‘여론전’은 검찰이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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