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08 19:31
수정 : 2009.05.08 19:31
사설
어제 우리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감을 조사한 결과가 나왔다. 기대는 안 했지만, 결과는 역시 참담했다. 주관적 행복감 점수는 71.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였다. 1위 그리스(114.2점)보다 40점 이상이나 낮았다. 주관적 행복감은 건강 만족도, 학교생활 만족도, 주관적 행복도로 구성되는데, 행복하다고 답한 비율은 55.4%로 평균(84.8%)에 크게 못미쳤고,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4.4%로 평균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았다.
이에 비해 학업열망, 교육참여 등 교육 열의는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무엇이 우리 아이들의 불행감을 키우는지 엿보게 하는 지표다. 부모나 사회의 요구에 따라 아이들은 거의 맹목적으로 학업 성취를 높이는 데 매달리고 있고 일정한 성과도 거둔다. 그 대신 아이들은 건강이나 취미활동 등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물질적 행복은 25개국 가운데 10위로 비교적 높지만, 아이들의 행복감을 높이는 데는 기여하지 못한다.
행복감은 자신이 존중받는 존재라는 느낌,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믿음에 좌우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무한대의 학력경쟁 속으로 내던져진다. 앞선 아이들은 추월당하지 않으려고 또는 더 앞서가려고 기를 쓰고, 뒤처진 아이들은 주변의 눈총 속에 자존감을 잃고 좌절한다. 누구 하나 행복할 수 없는 구조다. 통계청 조사로는 초등생 10명 가운데 무려 9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고, 고3의 54%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2007년 10~19살 청소년의 사망원인 가운데 운수사고 다음으로 높은 것이 자살이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무관심도 아이들의 불행감을 높인다. 2008년 아동복지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0.1%로 오이시디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6~17살 아이들 790만명 가운데 120만명이 빈곤을 경험하지만, 이들에 대한 복지 서비스 역시 최하위권이다.
어린이는 내일의 주역이고 미래의 희망이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나라의 미래도 밝고 건강해진다. 가정과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그러나 사회가 먼저다. 지금의 교육제도나 복지제도로는 아이들이 밝고 건강해질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아이들이 공부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부터 지켜라.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