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0 21:39
수정 : 2009.05.10 21:39
사설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권의 집안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한나라당은 계파 싸움에 목을 매고 있다.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만나 쇄신과 단합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으나 실상은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쇄신은 온데간데없고, 단합의 상징처럼 등장한 친박계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론은 오히려 당내 분란만 부추기고 있다. 민심이 원하는 국정 및 인물 쇄신은 외면하고 당청 소통기구나 만들자는 껍데기 쇄신론과, 재보선 참패의 주요 원인을 계파 갈등에서 찾는 빗나간 단합론이 빚은 당연한 귀결이다.
실제 재보선 민심 수습책을 논의한 이-박 회동 이후 한나라당 지도부가 한 일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박 대표가 김무성 의원 원내대표 추대론을 흘리고 이에 박근혜 전 대표가 강하게 반발하자, 김효재 대표 비서실장을 미국 방문중인 박 전 대표에게 급파했다. 김 비서실장은 박 전 대표에게 친박 원내대표 추대에 대한 협조를 부탁하고 박 전 대표가 다시 거부 뜻을 밝힌 게 어제까지 전개된 상황이다.
국정 운영의 책임은커녕 집안 정리도 제대로 못하는 한나라당의 이런 모습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데서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당장 잘못 끼운 단추를 풀고 다시 채워야 한다. 우선, 재보선의 민심이 서민 대중을 경시하고 부자와 재벌을 중시하는 경제정책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이는 사회정책에 대한 비판이란 점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첫걸음은 선거 참패의 공식 책임자인 박희태 대표의 책임지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박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나 국정과 인물 쇄신을 요구하는 당 안의 목소리조차 전달하지 못했다. 자리에 연연해 심기 관리를 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처신이다. 또 한 사람, 당 대표를 능가하는 비공식 권력으로 자리잡은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도 이번 기회에 진퇴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가 전화 등을 통해 국정과 당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일일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계파 갈등 때문에 졌다는 경주 선거도 친이계를 고집한 그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런데도 박근혜 책임론만 부각하니 단합인들 이뤄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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