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0 21:40
수정 : 2009.05.10 21:40
사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출범한 지 넉 달 가까이 되지만 6자회담 재개 등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이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 또한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모든 북한 관련 문제들에서 출구가 막힌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취임 뒤 두 번째로 6자회담 참가국 순방에 나선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오늘 우리나라를 떠난다. 그는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별다른 방안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방북이나 북쪽 고위 인사 접촉은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북쪽은 보즈워스 대표가 남쪽에 도착한 지난 8일 “대북 적대시 정책에선 (오바마 정부도)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 우라늄 농축기술 개발을 공언한 지난달 2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쪽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그제 남쪽 정부의 인권문제 제기를 이유로 “남북대화는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비난하며 남북관계에서도 강경 태도를 이어갔다. 조평통은 북쪽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문제에 대한 남쪽 정부의 대응까지 거칠게 비난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관련 남북 당국간 회담이 곧 열리더라도 이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북쪽의 이런 모습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전략의 일환인지, 아니면 대미 협상력을 최대한 키우려는 벼랑끝 전술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느 쪽이든 핵 문제를 풀 다양한 협상을 모색하는 움직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북쪽이 스스로 협상 여지를 좁히고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한다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여론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상황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미국이 하루빨리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무리하고 고위급 대북접촉에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북한과 미국이 멀리서 서로 목소리만 높여서는 사태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면서 기존 남북관계의 틀을 바꿀 수 있는 대북 접근을 구체화해야 한다. 개성공단 관련 회담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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