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1 22:50
수정 : 2009.05.11 22:50
사설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가 지난 주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의 언론 압박에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조엘 사이먼 상임이사의 이름으로 보낸 이 서한에서, 위원회는 지난달 말 <문화방송> ‘피디수첩’ 피디들과 작가들에 대한 검찰의 체포와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의 교체를 언급하며, 이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독립적인 보도를 막으려는 이명박 정부의 광범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규정했다.
1981년, 권위주의적 정부의 언론 통제와 언론인에 대한 야만적 처우를 막기 위해 언론인들 스스로 만든 이 단체가, 이 땅에서 권위주의 정부가 사라진 뒤 정부의 언론 통제와 압박을 우려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발송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한국 언론 상황이 권위주의 시대로 역행하고 있음을 세계 언론인들이 확인한 것으로, 이 정권이 내걸고 있는 선진화가 얼마나 허위에 찬 것인지를 보여준다.
세계 12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는 이 위원회가 거론하는 역행의 사례는 문화방송만이 아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및 재벌에 방송을 내주려는 언론관계법 개정 움직임, 기자 해고와 기소 상태가 해소되지 않은 <와이티엔> 사태, 실명제 확대를 통한 인터넷 사용자 통제 강화, 사이버모욕죄 신설 움직임, 외교통상부의 허가 없는 위험지역 취재에 대한 협박과 기소 위협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정권의 언론 통제 노력은 위원회의 지적 내용을 훌쩍 넘어선다. 정권 초기 가능한 모든 권력기관을 동원해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을 몰아낸 것으로 시작한 방송장악 기도와 비판언론에 대한 유·무형의 탄압과 압박, 아고라를 비롯한 인터넷 토론 공간에 대한 무차별 공세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위원회는 이런 조처들을 한국이 거꾸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하고 이 대통령에게 언론인들이 실업이나 정치보복의 두려움 없이 일하고 제한 없이 취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최소한 민주정부의 외양이라도 유지할 요량이라면, 이런 권고를 받게 된 현실을 부끄럽게 여기고 즉각 시정에 나서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권력에 당장 불편함을 주기는 하지만, 길게 보면 국가가 지속적·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언론 자유 없이는 인권도 민주주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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