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2 23:49
수정 : 2009.05.12 23:49
사설
정부의 서비스업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영리병원 허용 문제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정부는 일단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오는 11월까지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무엇을 위한 영리병원 허용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의료서비스 향상과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지만 영리병원의 도입이 이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기존 공공 의료서비스 수준을 저하시키고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보험 중심의 의료서비스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해당 병원은 고가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기존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이를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소수 부유층과 민영의료보험 가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십상이다.
부작용도 불을 보듯 훤하다. 영리병원들은 앞다퉈 고급 인력 유치에 나설 것이고, 이는 비영리병원의 의료수준 저하와 환자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의료체계를 민영의료보험에 기반한 고가의 의료시스템과 국민건강보험에 기반한 그 이하의 공공 의료시스템으로 이원화하고 의료 양극화를 불러올 게 뻔하다. 또한 민영의료보험의 비대화는 전반적인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더라도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체계가 이원화되는 순간 기존 건강보험체계는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5000만명의 의료보험 미가입자로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의 낙후된 민영의료보험 체계를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교육의 목적이 돈벌이에 있지 않듯이 의료 또한 마찬가지다. 수익을 원하는 사람은 교육이나 의료에 투자해선 안 된다. 애초부터 공공서비스에 속하는 영역을 경쟁력 강화란 명목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공중보건을 책임진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선진국의 특징은 수도권이나 지방 상관없이 어느 곳에서든 높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고급 영리병원 몇 개가 들어선다고 국민 의료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공공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그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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