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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2 23:53 수정 : 2009.05.12 23:53

사설

전국 각지의 판사들이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신 대법관에게 미온적인 처분을 내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엊그제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용훈 대법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들이다. 크고 작은 모임도 빈번하고 판사회의를 열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들불 번지듯 반발이 커지고 있으니 예사롭지 않다. 이대로 가면 또다른 사법파동을 피하기 어렵다.

판사들의 반발은 지극히 당연하다. 신 대법관의 행위는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조사를 통해 그 사실관계가 이미 분명히 드러났다. 판사들은 이어 지난달 전국법관회의에서 그 행위가 명백한 재판관여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도 신 대법관의 자진사퇴나 징계를 촉구하는 대신 윤리위 결정을 기다리기로 한 것은 사법부의 충격과 동요를 걱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 대법관에게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여유를 준 것이기도 하다. 윤리위의 결정은 법관들의 이런 이성적 합의를 저버린 것이다. 판사들로선 사법 독립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이쯤 되면 신 대법관은 스스로 사퇴하는 게 옳다. 그의 잘못은 법원 밖의 상식은 물론, 법률의 논리에 비춰봐도 부인할 길이 없다. 그 자신은 사법행정권 행사라고 변명하려 할지 몰라도, 헌법상 ‘재판의 독립’(제103조)은 사법행정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가치다. 정치적 이유 때문에 이런 일이 빚어졌다고 원망하거나 그런 이유로 사퇴하지 않는 것이라면 더 큰 문제다. 재판 개입에 이어 정치적 갈등을 법원에 심는 잘못까지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관의 독립을 명백히 침해한 신 대법관이 오히려 이를 방패 삼아 자리를 지키려 드는 것도 꼴사납다.

그럼에도 신 대법관이 계속 사퇴를 거부한다면 대법원장은 마땅히 그를 징계위에 회부해야 한다. 법관징계법은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 또는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실추한 경우’를 징계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신 대법관의 재판관여 행위는 재판의 독립을 지켜야 할 사법행정권자로서 직무상 의무 위반이다. 또 그가 저지른 잘못으로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는 크게 실추됐다. 명백한 징계대상이다. 이런 일을 윤리위의 잘못된 결정을 핑계 삼아 덮으려 해선 안 된다. 이제 그렇게 덮을 수도 없는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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