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3 23:22
수정 : 2009.05.13 23:22
사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내일로 출범 한 돌을 맞는다. 하지만 방통심의위 1년은 한국 언론사에 오욕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공정성을 심의한다는 기구가 공정성을 잃고 정치적 편향만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우선 방통심의위의 제도적 모호성에서 비롯됐다. 방통심의위는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뒤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콘텐츠 심의 기능을 통합 인수하면서 문을 열었다. 물론 대통령 직속기구인 방송통신위와 달리 ‘민간독립기구’로 포장됐다. 심의의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명분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실제로는 전혀 독립적이지 못했다. 예산의 독립성도 운영의 자율성도 보장되지 않았다. 대통령과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심의위원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대통령과 집권당이 각각 3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하는 현행 추천 방식에 따르면 정파적 분포가 6 대 3으로 고착될 수밖에 없다. ‘6 대 3 자판기’, ‘민간기구의 탈을 쓴 국가기관’ 등의 비판이 쏟아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심의의 초점이 상업성에서 정치적 표현으로 옮아간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 결과 2007년 1건도 없었던 비판보도에 대한 제재가 지난 1년 동안 광우병을 다룬 <문화방송>의 ‘피디수첩’을 포함해 11건이나 됐다. 방통심의위는 이것도 모자라 카메라 앵글까지 세세히 규제하는 방송프로그램 공정성 기준을 만들어 본격적 검열기관 노릇을 하려 한다. 심의위의 언론통제는 인터넷도 비켜가지 않았다. ‘2MB’ 표현 자제 권고,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관련 게시글 삭제 요구, 고위 공무원 및 정치인 비판글 삭제 요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겁다.
민주사회에 이런 검열기관이 있어야 할 까닭이 없다.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그 자유를 제한하는 방통심의위의 존재는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가 지적한 한국 언론자유 퇴행의 상징일 뿐이다. 방통심의위가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 보장과 건전한 정보통신 문화 창달”이란 목표에 걸맞은 조직이 되려면 실질적 민간기구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현재의 심의위원 정치권 추천 제도를 전면 개편해 심의와 정치를 분리시켜야 한다. 또 방송의 공정성·균형성 관련 심의 대상을 축소해 정치적 심의 소지를 없애고 인터넷에 대한 자의적 심의도 중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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