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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5 22:24 수정 : 2009.05.15 22:24

사설

재판 관여 행위를 저지르고도 사퇴를 거부하는 신영철 대법관에게 스스로 물러나라고 촉구하는 뜻의 각급 법원 판사회의 결의가 잇따르고 있다. 어제와 그제 서울지역 법원들에서 그런 결의가 나왔고, 전국 여러 법원으로도 퍼져가고 있다고 한다.

판사회의를 통해 드러난 판사들의 뜻은 분명하다. 여러 판사회의는 신 대법관의 행위가 사법행정권 행사 따위가 아니라 중대하고 명백한 재판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장의 경고와 신 대법관의 사과 정도로는 재판 독립과 사법부 신뢰 회복에 미흡하다고 못을 박았다. 다수 판사의 요구로 소집된 법률상 공식 회의에서 만장일치나 절대다수의 뜻으로 그런 결론이 내려졌다.

신 대법관이 대법관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도 다수 의견이다. 법관의 신분보장 규정을 의식해 ‘사퇴’란 말만 쓰지 않았을 뿐, 사실상 사퇴를 공식 요구한 것이다. 신 대법관은 이미 촛불재판 피고인들한테서 기피신청을 받았다. 이제 후배 법관들까지 그에게 대법관 자격이 없다고 선언했으니, 국회 절차만 거치지 않았을 뿐 탄핵당한 것이나 진배없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신 대법관은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일부가 아니라 절대다수 판사의 뜻임이 확인됐다. 표현 방식만 다를 뿐, 노소나 보수·진보로 법원 내 의견이 갈리는 것도 아니다. 굳이 찾자면, 신 대법관의 촛불재판 관여를 옹호해온 법원 밖 일부 세력만 사퇴를 말리는 형국이다. 신 대법관이 거기에 연연해 자리보전을 고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법원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키는 일이 된다. 지금보다 더 큰 화도 불 보듯 뻔하다.

몇몇 보수 언론의 왜곡은 도를 넘었다. 그제 판사회의가 신 대법관 용퇴에 뜻을 모았는데도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사퇴를 촉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정반대로 보도했다. 한 신문 사설은 판사들의 움직임을 대학 연구실에서 지도교수를 제쳐놓고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나서는 꼴이라고 몰아붙였다. 우리 헌법은 법원이나 법원장이 아니라 개별 법관의 재판 독립을 규정하고 있다. 판사가 학생도 아니다. 그런데도 법원장에게 학생처럼 지도를 받으라는 것이니 재판 관여를 제도화하라는 말이 된다. 무모한 억지이고, 위험한 헌법 파괴 선동이다. 신 대법관이 자리를 고집하면서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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