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7 21:27
수정 : 2009.05.17 21:27
사설
언론관계법을 논의하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언론관계법에 대한 여론 수렴을 위한 지역공청회가 요식행위로 진행된다는 비난이 쏟아진 데 이어 대국민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두고도 위원들이 첨예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위원회의 이런 파행은 출범 당시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한나라당 쪽에서 미디어위원회를 언론관계법 처리를 위한 시간 끌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강했고, 그 성격도 자문기구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여당 추천 위원들도 기본적으로 이런 인식을 갖고 위원회 활동에 임하다 보니 처음부터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기 어려웠다. 몇 차례 열린 지역공청회가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을 하지 못한 채 요식행위에 그친 것도 여당 추천 위원들의 불성실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미디어위원회 불용론이 고조됐다. 그럼에도 여당 추천 위원들은 언론관계법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마저 거부하고 나섰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을 일반 국민에게 묻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이유를 댔다. 언론 현실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 수준을 무시하는 발언일 뿐 아니라 언론관계법을 전문가 몇몇의 이해로 결정지으려는 대단히 편협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일부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은 이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기본적인 매체이용 실태조사를 해볼 것을 제안하면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실태조사로 여론조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 쪽이 여론조사를 회피하려는 이유는 언론관계법 반대 여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언론관계법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디어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이제 그 기대가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한나라당 쪽에서는 여야 합의를 내세우며 위원회 활동 기간이 끝나는 6월 말께는 언론관계법을 강행 처리하려 들겠지만, 민주당 쪽은 “여론조사를 통해 의견 수렴을 하지 않는다면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6월 국회는 또다시 언론관계법을 둘러싼 전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이제라도 미디어위원회를 정상화해야 한다. 국민 여론조사 수용은 그 최소한의 조건이다.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언론관계법을 국민들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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