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7 21:28
수정 : 2009.05.17 21:28
사설
미얀마(버마)를 철권통치하고 있는 군사정부의 만행에 끝이 없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3일 한 미국인이 이 나라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의 자택에 헤엄쳐 들어간 뒤 빠져나오다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14일 수치와 그의 측근들을 체포·구금했다. 수치는 허락 없이 외부인과 접촉함으로써 가택연금 조건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오늘 재판에 회부될 예정이다. 군부는 한술 더 떠 그의 변호를 신청한 아웅 테인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기까지 했다.
이런 군부의 조처는 비인도적일 뿐만 아니라 부당하다. 수치는 1990년 이후 13년 동안이나 가택연금돼 있었고 오는 27일 6년 만에 연금에서 해제될 예정이었다. 오랜 구금생활로 그의 건강은 좋지 않다고 한다. 이런데도 군정은 그가 가택 침입을 당한 사건을 거꾸로 뒤집어서 그를 기소했다. 미얀마처럼 철저한 통제사회에서 더 철저한 감시를 받는 그의 집에 당국의 묵인 없이 외국인이 잠입할 수 있다고 누가 믿겠는가? 더군다나 가택연금 해제를 겨우 2주 앞둔 시점이다. 구금을 연장하기 위해 구실이 필요했던 군부가 만들어낸 사건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미얀마 군부가 수치를 계속 구금하려는 데는 내년으로 예정된 총선이 자리잡고 있다. 1990년 그가 이끄는 민족민주연맹이 압승한 선거결과를 뒤엎고 권력을 찬탈한 군부는 수치를 구금하는 등 온갖 수단을 다해 민주화의 싹을 잘라내고자 애썼다. 그러나 2년 전 승려들의 시위를 비롯한 국내외의 가중되는 압력 앞에 군부로서도 내년에 선거를 약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해야 할 그들에게 곧 자유로운 몸이 될 수치는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내년 선거에서 20년 전 악몽이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국민을 총칼로 위협해 권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 미얀마 군부가 진정 정당성을 원한다면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그들의 민주적 선택을 받으면 된다. 그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은 물론 수치에 대한 억지 재판을 중단하고 가택연금을 해제하는 일이다. 2000여명에 이르는 정치범에 대한 석방도 뒤따라야 한다. 60대의 여성 정치인을 이런 곤경 속에 버려두고 있는 데는 국제사회의 책임도 없지 않다. 유엔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수치를 비롯한 정치범들에게 자유를 주도록 미얀마 군부를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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