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8 21:41
수정 : 2009.05.18 21:41
사설
정부와 노동계의 충돌 기류가 심상치 않다.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발생한 불상사와 경찰의 대규모 연행 사태로 가뜩이나 노동계가 격앙된 상태에서 검찰과 경찰은 강공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검경은 연행자 가운데 3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249명을 불구속 입건해 모두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한다. 반면에 노동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설 정도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와 노동기본권에 대한 정권의 중대한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6월말로 예정했던 총파업을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하고 있는데도 주무부서인 노동부나 국토해양부는 뒷짐을 지고 있거나 오히려 갈등의 불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의 자살 사건에 대해 “이런 문제가 고귀한 목숨을 포기할 정도의 사안인지 안타깝게 생각한다” “생명의 고귀함은 본인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이 장관은 민주노총과의 대화 여부에 대해서도 “화물연대 문제의 당사자는 국토해양부” “위법적 행동을 불사하면서 정부와 대화하겠다는 것은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노동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장관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한심한 발언이다.
때맞추어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 연설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는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비롯해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 노동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사안에서 정부의 방침을 밀어붙이겠다는 확고한 의사표시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노사·노정 관계에는 진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인 민주노총 쪽이 “우리도 경제를 살리자는 목적이 다르지 않으니 함께 이야기로 풀어보자”며 대화의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점이다. 결국 선택은 정부의 몫이다. 노동계와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순리적으로 사태를 풀어나가는 것과, 강경몰이를 계속해 파국을 불러오는 것 중 어느 쪽이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노사평화와 노동선진화에 도움이 될지, 정부는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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