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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8 21:43 수정 : 2009.05.18 21:43

사설

지난달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이 정권 차원의 처절한 싸움을 벌이겠다고 호언하며 들고 나온 사교육 경감 대책은 요란한 빈 수레로 끝났다. 당정협의를 열흘 가까이 연기하는 등 진통 끝에 나온 결론이란 게 그동안 논란이 된 심야학원 교습에 대한 법적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니 말이다. 정부·여당이 어제 당정협의에서 합의한 다른 내용은 학교운영 자율화, 교과교실제, 교원평가제 재추진, 방과후 학교 활성화 등 낡은 축음기를 다시 트는 것이었다. 학원과 관련한 대책이라곤 학원비 공개나 학원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따위의 하나마나한 소리고 그나마 의미있는 것은 과학고 특별전형 폐지조처뿐이다.

경쟁 지상주의에 빠진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비 절반’ 공약을 신뢰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정권 차원의 싸움’ 등 자못 비장한 용어까지 등장하니 혹시나 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결과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으로 하여금 학원 교습시간 자율화를 공약하게 만들 정도로 힘을 휘둘러온 사교육의 힘을 재확인시켜줬을 뿐이다.

심야학원 교습 규제가 사교육비 절감 방안이 못 될 뿐 아니라, 실효적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으로 규제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심야학원 규제는 사교육비 차원을 넘어서는 청소년 인권 문제다. 세계 최장의 노동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주당 노동시간도 44시간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이 정규 수업과 방과후 학습 그리고 학원교습까지, 공부라는 노동에 쏟는 시간은 주당 60~70시간을 웃돈다. 이런 아이들에게 행복추구권이란 그림의 떡이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청소년 통계’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절반 가까이가 심각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이 학업 문제다. 이러니 각종 국제비교조사에서 우리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감이 가장 낮고,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데도 자율이라는 정책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면서 아이들의 인권에 눈감는 정책당국자들의 무신경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제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숨쉴 공간을 허용할 심야학원 규제는 교육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교육감회의에선 아이들의 인권 차원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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