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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9 22:05 수정 : 2009.05.19 22:05

사설

‘신영철 사태’로 사법부가 격랑에 빠졌다. 전국 여러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려 사실상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중견인 고등법원 판사들까지 합류했다. 판사들의 움직임이 예서 멈출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상황을 사법파동 말고 달리 표현할 말은 없다.

갈등과 혼란을 풀 길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신 대법관이 지금이라도 사퇴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사법부 전체가 제도 개선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해법은 출발점에서 막혀 있다. 신 대법관이 귀를 막은 채 자리를 지키려 고집하는 탓이다. 신 대법관이라고 해서 후배 법관들이 자신의 재판관여를 ‘명백한 재판권 침해’이며 ‘위법행위’라고 규정한 것을 듣지 못했을 리 없다. ‘대법관으로서 직무 수행이 부적절하다’는 판사회의 결의가 사실상 탄핵이며, 후배들이 ‘용기와 희생’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 게 사법부가 더는 상처를 입지 않도록 용퇴해 달라는 호소라는 점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법원 안팎에서 여러 사람들이 소리 높여 또는 조용히 ‘당사자의 책임 있는 행동’을 기다리는 터다.

그런데도 그는 못 들은 체한다. 국회 탄핵 절차 말고 법적으로 쫓아낼 방법이 없으니, 버티면 임기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그렇게 되기가 어렵지만,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사법부 전체의 멍에가 된다. 위헌·위법을 스스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를 내치지도 못하는 법원이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격을 의심받는 대법관이 관여한 최종심 판결이 그를 사실상 탄핵한 하급심에서 제대로 존중받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자칫하면 사법부의 존재 기반, 체제까지 위태롭게 된다. 신 대법관의 버티기가 다른 어떤 정치적 배경이나 핑계에 앞서 제 실속만 챙기려는 꼴로 비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법원도 이젠 신 대법관의 입이 열리기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공식 절차인 판사회의를 통한 법관들의 의견개진까지 무시되면 지금보다 더한 비공식적 집단 반발로 번지게 된다. 사법부가 스스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이 직접 나서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신 대법관이 아니라 엉뚱하게 판사들과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불순한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지금 법원이 지켜야 할 것은 무엇보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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