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9 22:08
수정 : 2009.05.19 22:08
사설
윤증현 경제팀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외견상 몇몇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등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1400을 넘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도 1240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런 실적을 윤증현팀의 공으로 돌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윤증현팀은 실책을 거듭하던 전임 강만수팀 대신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기대도 많았고, 성과도 있었다. 특히, 환율 정책에서 윤증현팀이 강만수팀보다 신중하게 대처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최근 환율이 안정되면서 경제 전반의 불안감이 다소 완화됐다. 물론 이런 환율 안정이 전적으로 윤증현팀의 공은 아니다. 국내경기 침체로 수출보다 수입이 급감하면서 무역흑자가 늘어난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경기 급락을 진정시키기 위해 과감한 통화·재정 확대 정책을 편 것도 일단 적절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방향과 목표 설정을 하지 못한 채 한정된 재원을 엉뚱한 곳에 투입함으로써 경기 회복이 오히려 지체될 가능성을 높여놓은 측면도 있다. 4대강 정비사업, 경인운하 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이런 통화·재정 확대 정책은 기업이나 은행, 가계의 부실을 일시적으로 덮어둠으로써 위기를 연장하는 부작용도 동시에 안고 있다.
앞으로 윤증현팀의 최대 과제는 환율의 안정적 운용이다. 강만수팀처럼 수출을 늘리겠다고 또다시 환율 떠받치기에 나선다든지, 아니면 반대로 환율 급락에 아무런 대비도 못한 채 손 놓고 있다가는 우리 경제가 다시 한번 출렁이게 될 것이다. 각 경제주체들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환율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
지지부진한 기업·금융 구조조정도 시급히 추진해야 할 당면과제다. 특히 800조원이 넘는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이나 증시 등에 쏠리면서 거품이 형성되지 않도록 최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실물경제는 회복되지 않은 채 자산 거품만 부풀면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비록 몇몇 경제지표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위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제 겨우 경기 급락세가 조금 진정됐을 뿐이다. 한편으로 경기 하강 속도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응을 해나갈 때다. 윤증현팀의 성패는 앞으로 100일에 달려 있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