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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20 22:32 수정 : 2009.05.20 22:32

사설

1989년 5월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오는 28일 스무 돌을 맞이한다. 비합법조직으로 출범해 조합원 1500여명 전원이 해직되는 아픔을 겪는 것으로 시작된 전교조 20년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10년간 비합법의 굴레 속에 고통을 받았고, 그 사이는 물론 그 이후에도 보수세력으로부터 의식화 교육의 진원지라는 색깔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전교조는 교사·학생·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세우려는 교육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고,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확보함으로써 사회 민주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평가하고 치하할 일이다.

그러나 오늘 한국 교육과 전교조가 처한 현실은 그간의 노력을 자축하고 있기엔 너무나 엄중하다. 20년 전 전교조는 정권을 유지·합리화하는 수단으로 교육을 악용한 역대 독재정권에 짓눌려 우리 교육이 이기적·순응적 인간을 만들어왔음을 자성하고, 가혹한 입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과 편협한 가족이기주의를 강요당하는 학부모들을 모순된 교육현실에서 구원해내기 위해 깃발을 들어올린다고 선언했다. 지금 한국의 교육현실은 당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아니 어떤 점에서는 더 나빠졌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생조차 입시교육의 포로가 됐고, 학교는 사실상 해체됐으며, 학부모의 가족이기주의는 더욱 심해졌다. 평등교육의 바탕이 되는 평준화 교육은 파상공세를 받아 이미 형해화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전교조의 책임도 크다. 합법화 이후 몸집 불리기에 급급해 애초 창립 취지로 내세운 참교육의 가치보다는 직역의 이익을 지키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교조의 정파간 갈등과 도덕성 문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의 소외를 낳은 원인이기도 하다.

이제 전교조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 방향은 다시 초심인 참교육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낡은 조직이기주의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의미의 교육 민주화에 헌신하지 않으면 전교조의 미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정진후 위원장이 새로운 학교운동을 목표로 내건 점을 주목한다. 이 운동을 통해 학교 현장에 의미있는 변화들을 만들어낸다면 학생과 학부모를 참교육의 우군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여전히 새로운 교육에 목말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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