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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0 19:44 수정 : 2005.05.20 19:44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이 오른손 집게손가락 끝마디가 없어 병역을 면제받은 것을 놓고 논란이 일자 자신의 홈페이지에 그 경위를 밝혔다. 학생운동을 하다 군에 가서 고문을 받고 동지들의 이름을 말하게 되면 도저히 정상적인 인간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아, 배신에 대한 두려움을 다잡으려고 혈서를 쓰면서 스스로 잘랐다는 것이다. 군에 가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형식논리로만 보면 의도적인 ‘병역 기피’가 맞다.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실정법을 어긴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실정법의 잣대로만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 의원의 ‘단지’ 시점은 1986년이다. 공식적으로는 84년에 녹화사업이 중단됐다지만 군이 학생운동 출신자에 대해 살벌한 프락치 공작을 계속하던 때다. 그런 상황에서 ‘운동권’으로 찍힌 젊은이가 군 입대를 피한 것을, 돈을 주고 병역을 피한 일부 특권층의 행위와 같게 볼 수는 없다. 물론, 이 의원이 군에 입대해 더 큰 고난을 이겨냈다면 훨씬 고결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실제 그렇게 행동했던 이들의 비판이라면 이 의원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당시 군사독재의 지배에 침묵하고 독재에 봉사까지 한 이들이 앞뒤 사정 안 보고 ‘병역기피’라고만 몰아세우는 것은 얼토당토 않다.

군사독재 시절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 일부 젊은이들이 자신의 몸을 훼손한 것은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다. 칭찬도 비난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이 의원이 “기계를 다루다 사고로 잘렸다”고 지난날 거짓 해명한 것은 잘못이다. 뜻이 왜곡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 그랬겠지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는 게 공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다. 이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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