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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복원 전기 되기를 |
난항을 겪던 남북 차관급 회담이 세 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6월 21~24일 서울에서 열고, 이에 앞서 6·15 평양 공동행사에 남쪽에서 장관급 대표단을 파견하며, 남쪽이 봄철 비료 20만톤을 북쪽에 제공하기로 한 것 등이 그 내용이다.
막판까지 논란을 벌이던 북한 핵 문제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은 유감스럽다. 또 많은 실향민이 고대하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나 경의·동해선 도로 개통 행사 등이 다음 장관급 회담 과제로 넘어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열 달 동안 끊겼던 당국자 회담을 재개하기로 하고, 평양서 열리는 6·15 5돌 행사에 남쪽 대표단이 참석하기로 한 것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남북이 감정적 앙금을 털고 화해·협력에 바탕한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대화통로 확보는 복잡미묘한 핵 문제를 푸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나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핵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온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북한의 주권을 인정하며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을 직접 전달하고, 6자 회담 참가를 촉구했다는 소식도 기대감을 부풀린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핵 문제를 명쾌하게 언급하지 못한 채 비료만 지원하기로 한 것 아니냐며 지나치게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남북 문제를 너무 대결적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북녘 동포들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식량·비료 지원은 협상 이전에 같은 겨레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우리의 따뜻한 마음이 북녘에 전해질 때 한반도 평화의 길도 앞당겨질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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