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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떼기’ 근절하려나, 조장하려나 |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김영일 전 한나라당 의원과 서정우 변호사가 가석방된다. 두 사람이 석방되면 이 사건으로 감옥에 있는 정치인은 한 사람도 없게 된다. 불법 정치자금을 퇴출하자는 국민적 의지에 따라 엄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겨우 1년 반남짓에 모두 풀려나다니, 허탈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부패를 근절하자는 것인지, 조장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가석방은 충분히 뉘우치고 있는 수형자를 불필요하게 구금하지 말고 사회로 복귀시키자는 제도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형사정책적으로 수형자 개인의 처지만 따질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차떼기 등 불법 대선자금 사건은 망국적 권력형 비리로, 일벌백계로 단죄하지 않으면 그 뿌리를 뽑기 어렵다. 이 범법자들을 형기를 채우지 않고 풀어주는 것은 엄단을 바라는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것이다.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국민이 위임한 법적 재량을 내세우면서 국민 정서를 무시한 것은 크게 유감스런 일이다.
이 사건 항소심은 일반인의 다른 사건과는 사뭇 다르게 거의 예외없이 정치인들에게 1심 형량의 절반을 깎는 등 경감 또는 집행유예 선고를 했다. ‘형량 바겐세일’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그나마 크게 깎아준 형기도 채우지 않고 가석방되는 것이다. 기업들의 정치자금이 정치인들에게 일종의 ‘보험’처럼 건네져, 사실상의 뇌물이라는 점에서 이런 관대한 처분은 정치인에 대한 특혜라고 아니할 수 없다.
게다가 불법 대선자금 사건에 걸린 정치인의 사면·복권까지 거론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풍조로는 절대로 불법 정치자금을 퇴출하거나 그 관행을 타파할 수 없다. 투명한 민주사회의 건설을 위해서도 정치적 특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사면권 제한 등 제도 개선을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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