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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21 22:27 수정 : 2009.05.21 22:27

사설

‘신영철 사태’를 이념대결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이 있다. 진작부터 그런 시도가 있었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관여가 드러났을 때부터 일부에선 이를 진보·보수의 갈등 탓으로 몰아붙이려 했다. 재판 독립의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는 법원 일반의 시각은 아랑곳하지 않는 왜곡이다.

엊그제 박시환 대법관의 발언이 다시 그런 본말전도의 꼬투리가 되고 있다. 보도를 보면 박 대법관에게도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동료 대법관을 비판하는 듯한 발언은 경솔하다. ‘4·19와 6월항쟁도 절차와 규정은 지키지 않았다’는 말 역시 거두절미하면 오해를 살 수 있다. 법을 의식해 최대한 완곡하게 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한 후배 법관들의 집단적 지혜에 견줘 어른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이는 말실수일 뿐이다. 재판 개입의 잘못된 관행은 끊어야 한다는 박 대법관의 말은 다수 판사의 뜻 그대로 옳은 주장이다.

그런데도 몇몇 신문을 비롯한 보수 세력은 그가 신 대법관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른 양 호들갑을 떤다. 어떤 보수 인사는 “사실상 사법 쿠데타 선동”이라고 말했고, 한 신문은 “탄핵 사유는 신 대법관보다 박 대법관 경우가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얼토당토않은 억지다. 고작해야 설화일 뿐인 박 대법관의 경우와 달리, 신 대법관은 국회에서 위증을 한 구체적인 위법행위가 있고, 헌법 제103조의 ‘법관의 재판 독립’을 침해해 후배 법관들로부터 위법이라는 지탄까지 받았다. 감히 비교할 일이 아니다.

어느 신문은 나아가 “민주당 중심으로 신 대법관 탄핵을 발의하면, 여당과 자유선진당의 박 대법관 탄핵 발의로 이어질 것”이라며, 여당 의석만으로 탄핵 가결 정족수를 넘는다고 내비쳤다. 여당에는 그렇게 하라고 사주하고 야당에는 그만두라고 윽박지르는 모양새다. 언론으로선 삼가야 할 노골적인 ‘정치 관여’다. 박 대법관을 ‘인질’로 삼으려는 것으로도 비치니 더 보기 흉하다. 보수 세력은 판사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다며 이용훈 대법원장 책임론까지 거론한다. 입맛에 맞게 대법원을 뒤엎으려는 뜻이 아닌지 의심된다.

이번 사태에서 압도적 다수의 판사들이 뜻을 모은 것은 사법부의 독립이 걸린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 순수한 뜻에 함부로 색깔론 따위를 들이대면 사법부 독립은 더 위태로워진다. 그런 짓이야말로 헌정 파괴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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