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24 22:26
수정 : 2009.05.24 22:26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장으로 정해졌다. 국민이 뽑은 국가지도자이고,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 속에서 고인을 기리는 분위기이니 당연한 결정이다. 국민 모두가 고인을 기억하며 무엇 때문에 이런 참변이 빚어졌는지 돌아볼 수도 있게 됐다.
고인을 오랫동안 아끼고 지지했던 이들 중 상당수는 그럼에도 차마 용납하지 못할 일이 있다는 심경인 듯하다. 고인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고초와 핍박이 누구의 짓인지 따져묻겠다는 격앙된 감정도 엿보인다. 고인과 그의 뜻이 모욕당하는 동안 모른체했던 이들에 대한 배신감도 클 것이다. 일부 ‘노사모’ 회원들이나 봉하마을 주민들이 몇몇 정치인들과 정부 인사의 조문을 가로막고 분노를 드러낸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 심정은 이해되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은 노사모만의 ‘노짱’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었다. 슬픔과 아쉬움, 회한이 한두 사람의 것도 아니다. 그를 핍박했거나 저버린 이들일지라도 내칠 게 아니라 그의 영전에 서서 고인의 명복을 빌도록 하는 게 옳다. 조문객을 선별하고 일부 인사의 조문을 막는 게 한순간의 화풀이는 될 수 있을지언정, 고인을 기리는 성숙한 자세는 아니다. 그런 배타적 행동은 국민적 조문 분위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노 전 대통령을 함께 기리며 그가 품었던 뜻이 되살아나도록 해야 할 때다. 그러자면 누구든 먼저 고인 앞에서 옷깃을 여미도록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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