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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관계만 악화시킬 PSI 전면 참여 |
정부가 어제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피에스아이) 전면 참여를 선언했다. 전날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데 대한 부적절한 징벌적 대응이다.
북한이 피에스아이 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밝힌 터여서 남북관계는 더욱 꼬이고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말로 밝힌 것은 또박또박 행동으로 옮기는 북한 행태로 볼 때, 남북 사이 무력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잖아도 흔들리는 개성공단의 운명은 더한층 불투명해지고,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하면서 긴장을 높이고 있으니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유엔 안보리도 즉각 소집돼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더 중요한 것은 해법이다. 하지만 정부의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는 북한 핵문제 해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핵 보유국 직전 단계까지 와 있음을 과시했다.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등장해 지역 안정과 평화를 위협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다.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는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핵 능력을 강화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북한의 핵 능력은 압박과 제재 국면에서 강화됐고 대화와 협상이 이뤄질 때 약화됐다. 북한의 핵 능력을 억제한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 공동선언, 2007년 2·13 합의는 모두 대화 국면이 낳은 산물이다. 반면, 방코델타아시아 문제로 북-미 사이 긴장이 높았던 2006년에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발사(7월)와 1차 핵실험(10월)으로 응수했다. 북한의 도발에 화가 나더라도 대화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란 뜻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1차 핵실험을 노무현 정권의 ‘대북 퍼주기’가 낳은 결과라고 비난하고 취임 초부터 대북 압박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는 이제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돌아왔다. 압박이 북한 핵문제를 풀기는커녕 악화시켰음을 다시금 보여준 것이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태에 빠뜨리며 핵문제에서 입지를 완전히 상실했다. 이번 핵실험 직전 미국·중국 등은 사전 통고를 받았는데도 우리 정부는 전혀 알지 못했다. ‘한국 정부 없는 한반도 문제’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애초부터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는 대북 압박 수단으로 거론할 것이 아니었다. 북한에 화풀이를 하려는 극우·보수층의 기분풀이는 될 수 있어도 실효성은 없고 남북관계만 더 악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는 핵문제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우리 정부 입지를 더 좁힐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조만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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