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27 21:25
수정 : 2009.05.27 21:25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경위에 대해 경찰이 애초 밝힌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경호관과 함께 머물다 투신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경호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을 전후해 30분 넘게 홀로 있었으니, 그의 마지막이 정확히 어떠했는지도 알 길이 없게 됐다.
이런 혼선은 경호관의 거짓 진술에서 비롯됐다지만, 부실수사를 한 경찰의 잘못이 크다. 경찰은 경호관 말에만 의존했을 뿐, 다른 보강 조사는 소홀히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경호관과 함께 있었다는 서거 당일 새벽 6시20분께 혼자 있는 경호관을 봤다는 등산객이 나왔는데도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경호관이 정토원에 심부름 간 사실을 숨기려고 한 일이 경찰에 전해진 뒤에도 이를 진작에 바로잡지 않았다. 애초 경찰 발표에는 그 시간 부엉이바위에 노 전 대통령과 경호관이 함께 서 있는 것을 경비초소에서 봤다는, 사실일 수 없는 내용까지 들어 있다. 부실수사도 모자라 조작까지 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경호 실패는 더욱 상식 밖의 일이다. 둘 이상이 가까운 거리에서 계속 따라야 한다는 경호의 기본수칙만 지켰더라도 이번 참변은 막을 수 있었다. 전직 대통령 경호에서 이런 직무유기가 벌어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경호를 총괄하는 청와대 경호처가 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잘못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는지도 따져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투신 경위는 현장에 있던 경호관들을 통해 지휘·보고 통로인 경호처로 전달됐다고 보는 게 상식에 맞는다. 당시 사라진 노 전 대통령을 찾으려고 무전이 오갔다는 점에 비춰 보면 현장 관계자들이 서거 경위를 허위 보고했거나, 보고를 받은 경호처가 진상을 숨겼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그러잖아도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의혹이 파다한 터다. 유서와 결행 과정 등으로 노 전 대통령의 뜻이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투신 사실에까지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오는 형편이다.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그만큼 깊은 탓이겠다. 이번에 드러난 경찰의 부실수사로 그런 국민적 불신과 혼란은 더 커지게 됐다. 전면 재수사를 해서라도 의혹을 풀어야 할 이유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