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28 22:51
수정 : 2009.05.28 22:51
사설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남북 사이 군사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무책임한 대북 강경론이 쏟아지고 있다.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힘써야 할 정부 당국자마저 여기에 가세해 불안을 키우고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은 ‘핵은 핵으로 저지하자’는 핵무장론이다.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의원은 그제 자위용 핵 보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한반도 주변에서 핵 군비경쟁이 벌어질 경우 가져올 파멸적 결과를 생각이나 하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북한 핵실험 당일인 25일엔 이상희 국방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핵은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어제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우리의 (핵)주권 문제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핵우산을, 유 장관의 말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능력 확보를 포함한 핵주기 완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자칫 핵무장론을 정당화하고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사려깊지 않은 언동이다.
한나라당은 또 북한 핵 위협 증가를 이유로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쥐고 있지 않으면 핵우산 보호를 받기가 어렵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사리에 맞지 않는다. 미국은 전시작전권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1978년 이래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핵우산 제공을 확인하고 있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한 전화통화에서 확고한 약속을 했다.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무엇보다 제 나라 군대를 누가 지휘하느냐 하는 군사 자주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지 핵우산 제공과는 관계가 없다.
북한의 도발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대북 적개심에만 초점을 맞춘 강경론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이런 행태는 일본 보수파들이 북한 미사일 기지 등을 선제공격할 수 있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주장함으로써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정부의 자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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