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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31 21:39 수정 : 2009.05.31 21:39

민심을 보라 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마무리됐다. 그가 남긴 수많은 과제는 이제 산 자들이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그 정점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 있다. 이 대통령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 대통령의 가슴속은 지금 또다른 형태의 분노와 억울함으로 들끓고 있을지도 모른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둘러싼 정권책임론이 나오고, 그 장본인으로 이 대통령 자신이 지목되는 현실은 견디기 힘들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인간적 매력에 대비돼 자신의 사람됨마저 격하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더욱 개탄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 전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은 이 대통령의 운명 행로에도 폭풍 같은 변화를 몰고 왔다. 그것은 이 대통령에게 피할 수 없는 업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전’과 ‘죽음 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여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인식과 대응 방식도 확연히 달라야 한다. 자칫 원망과 분노의 심정에 매몰되거나,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식의 그릇된 판단에 기울어서는 안 된다. “과격세력에게 휘둘리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따위의 주변의 유혹과 속닥임도 경계해야 한다. 북핵 등의 카드를 잘 활용하면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으리라는 얄팍한 계산도 거두어야 한다.

지금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힘을 앞세운 정면돌파의 의지가 아니라, 진정한 고뇌와 성찰이다. 응급처방식 미봉책이 아니라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이다. 그 출발은 이번 사태를 ‘나의 일’로 여기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이번 비극이 ‘나의 책임 나의 불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런 발상의 대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또다른 비극은 시작된다. 이미 민심은 현 정부로부터 대이탈을 시작했다.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이 대통령이 손을 대야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우선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문제 뒷마무리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국세청 세무조사로 시작해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면밀히 복기해 정치보복 의혹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 일을 당사자인 검찰이나 국세청 손에 맡겨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정 운영의 획기적 변화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된 민초들의 열망은 너무나 소박하고 단순하다. 인권 신장, 민주주의 회복, 소외된 이웃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등이다. 그리고 현 정부가 이런 모든 정책에서 시대를 역주행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집권세력들만 아니라고 계속 우겨대서는 이 대통령에게도, 우리 사회에도 희망이 없다.

어찌 보면 이 대통령의 사과나 수사 책임자 문책, 국정기조 쇄신 등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의 마음가짐이다. 마음의 담장을 허물고, 열린 가슴으로 소통하는 자세만 갖는다면, 이번 비극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도 될 수 있다.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진정한 ‘화해와 소통’도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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