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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02 21:37 수정 : 2009.06.02 21:37

민심을 보라 ③

민심을 보라 ③

한국 언론의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심대하다. 새로운 매체의 추격과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서 비롯한 생존의 위기에 더해 언론의 존재 의의 자체에 대한 질문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보도해야 할 본연의 의무를 방기한 채 정치공학적 정파성에 매몰돼 사실을 왜곡·조작하고 여론을 오도해 사회를 분열시키는 존재가 돼버렸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판이 극적으로 드러난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비등한 언론책임론이다.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이른바 ‘조중동’은 비판의 표적이 됐다. 객관성을 결여한 악의적 기사와 논평 등이 넘쳐났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해 촛불시위 왜곡보도로, 과거 일제 및 군사정권과 야합해 세를 불린 그들의 정체가 일반 시민들에게 각인됐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불신이 언론 일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점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언론 종사자와 언론학자 등 전문가들의 불신이다. 지난해 한 신문이 언론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언론에 신뢰를 나타낸 응답자는 33.7%에 그쳤다. 기자들의 답은 더 참담하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을 묻는 질문에 45%가 없다고 답했고, <한겨레>가 15%로 그다음을 차지했다. 조중동은 각각 4.0%, 3.7%, 2.0%뿐이었다. 방송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1, 2위를 다투던 <한국방송>이 이번에는 추모객들에게 배척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는 현 정권이 임명한 이병순 사장 등장 이래 ‘정권의 나팔’이 됐다는 자조가 내부에서 쏟아지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듯 만드는 이들조차 신뢰하지 않는 언론이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구하겠는가?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원인규명이 일차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정치적 편향성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언론들은 ‘확보 가능한 최선의 정보’들을 활용해 사실을 추구해야 함에도 ‘이용 가능한 정보’들만 사용하고, 칼럼 등에서는 감정적·선동적 언사로 설득력을 떨어뜨린다는 언론학자들의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이런 편향성은 언론을 이용하려는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과의 유착에 의해 강화된다. 현 정권이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언론인을 순치시키고, 일부 기업이 광고를 언론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단적인 사례다.

언론이 객관성의 바탕이 되는 신중성을 결여한 점 역시 신뢰의 위기를 낳은 원인이다. 노 전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악의를 의심받는 언론뿐 아니라 대다수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검찰 브리핑을 언론플레이인 줄 알면서도 받아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불합리한 취재관행을 현실론으로 덮으며 끌고 온 탓이 크다.

한국 언론사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거듭날 기회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이 무슨 잘못이 있었냐고 강변하는 것에서 보듯 우리 언론계는 반성에 지극히 인색하다. 그러나 이 상태로 가면 언론 전체가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비판을 수용하고 반성해 성찰적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를 위해 언론의 정도를 지키려는 언론인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 언론의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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