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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2 20:59 수정 : 2005.05.22 20:59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최근 관용색 이름 42개를 포함해 색 이름 133개를 표준화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인종차별 논란을 빚었던 ‘살색’은 ‘살구색’으로 부르게 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명칭 변경 권고를 받아들인 결과다. 병아리색(노랑), 수박색(초록), 자두색(진한 빨강)처럼 우리가 흔히 쓰는 색 이름도 공식 사용이 가능해졌다. 표준 관용색 이름을 정비해 산업·문화·교육 등 색 관련 분야에 적용할 국가규격(KS)을 만든 것이다.

이 가운데 크레파스나 물감의 색깔로 학생들이 많이 쓰는 ‘살색’은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외국인 노동자 등으로부터 인종차별 시비를 부른 뒤 2002년부터 ‘연주황’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려운 한자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에 대한 또다른 차별이자 인권침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차별의 의미가 없고 알기 쉬운 우리말인 ‘살구색’으로 바꿔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지난해 진정서를 낸 것은 성남 이매중 2년 김민하양 등 초·중등생 6명이었다.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한 당돌하고 깜찍한 요구가 수용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불명확한 표현, 무슨 말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용어, 일본식 이름 등이 많다. 색 이름만 해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색상이 다른 경우도 있다. 문구류, 의류, 생활용품 등 색채관련 산업에서 색 이름과 실제 색상의 차이로 발생하는 혼선과 비용의 손실 또한 크다. 언어는 공동체 속에서 하나의 약속이다. 의미가 퇴색한 구시대적인 용어를 오·남용하는 사례가 더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낡은 잔재가 남아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인권 차원에서 접근한 아이들의 발상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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