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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03 21:28 수정 : 2009.06.03 21:29

민심을 보라 ④

민심을 보라 ④

정치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분출하는 민심의 바다 위에서 출렁이고 있다. 후퇴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되살리고 부자 중심의 경제정책과 대결적 남북관계를 시정하라는 목소리가 거세게 밀려들고 있는 까닭이다.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런 민심의 요구에 성실하게 대답할 책무가 있다.

무엇보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일대 혁신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와 함께 국정운영의 한 축을 이룰 뿐 아니라, 171석이라는 절대다수 의석을 지닌 원내 제1당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그동안 민의 수렴이라는 정당의 기본 기능도, 행정부 견제라는 원내 제1당의 구실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수발하는 ‘꼭두각시 정당’ 노릇만 해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국민 목소리를 청와대나 행정부에 전하는 일은 방기한 채 청와대의 지시를 당에 일방적으로 전하는 ‘메신저 정치’에 만족했다. 현실적 지도부와 내용적 지도부(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가 따로 있고, 내용적 지도부가 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당화 현상도 벌어졌다.

최근 한나라당의 쇄신위와 개혁성향의 젊은 의원 모임인 ‘민본21’, 친이명박계 소장파 의원들이 잇따라 지도부 개편과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 조각 수준의 개각, 국정운영 기조의 대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당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뒤늦게나마 민심의 요청에 부응하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쇄신의 목소리가 아직은 지도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박 대표는 침묵으로 뭉개고, 이상득 의원은 앞으로 경제·자원 외교에만 전력하겠다는 꼼수로 위기를 피해 가려 한다.

인적 쇄신과 정부 국정운영 기조 전환 촉구도 중요하지만, 한나라당에 더욱 필요한 것은, 민심의 요청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은 주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의회 및 시민의 통제 아래 두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마스크 사용조차 불법으로 처벌하려는 따위의 반민주적 악법을 철회하며, 기자회견조차 허용하지 않는 위헌적 조처를 견제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의석수를 믿고 비민주적인 언론관련법과 비정규직법안 따위를 강행처리하려는 오만한 행태를 분명히 포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야권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수를 이용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저차원적인 자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회복,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복지 강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민심을 어떻게 정책과 제도로 연결할 것인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며, 강한 실천력을 보여야 한다. 민주당의 경우, 추모 민심에서 확인된 정신과 가치를 현재 논의중인 뉴민주당 플랜에 반영해 이명박 정권과 차별성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는 갈등과 이견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를 민심에 바탕을 둔 미래지향적 정책으로 수렴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몫이다. 여야는 정치가 제구실을 못하면 갈등과 이견이 증폭되고, 거리가 의사당을 대신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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