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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03 21:31 수정 : 2009.06.03 21:31

국정원이 엊그제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북한 당국이 김정운의 후계자 선정 사실을 담은 외교 전문을 해외공관에 전달했다”는 설명을 했다고 한다.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친절을 베푼 속내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여권이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북한 문제로 ‘맞불’을 놓아 보겠다는 속셈이 고스란히 읽힌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곧잘 써먹었던 ‘북풍’ 카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국정원이 정보 능력을 섣불리 과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매우 위험하다. 게다가 국정원은 북한이 해외공관에 보냈다는 외교 전문도 입수하지 못하는 등 김정운 후계자설에 대한 뚜렷한 확증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미국 국무부는 “대부분의 보도는 추측성”이라고 말했고, 통일부도 “확인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결국 국정원은 부처끼리 공유되지도 않은 첩보 수준의 얘기를 흘렸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최고 정보기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상식 이하의 행동이다.

국정원의 과잉 친절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원세훈 국정원장의 기획 작품이다. 국정원 3차장은 정보위 의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원장이 직접 보고드리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보가 뭔지 모르면서 충성심만 강한’ 국정원장의 행태가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국정원뿐 아니다. 요즘 정부의 안보 관련 부처는 거의 경쟁하듯이 북한 정보를 쏟아낸다. 그러다 보니 미국과 불협화음까지 빚어진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징후와 관련해 정부가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확실하다”고 밝힌 것을 두고 미국은 강력한 항의 뜻을 전달해 왔다고 한다. 자칫하다가는 미국이 앞으로 북한 관련 핵심 정보를 넘기지 않으려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무리 마음이 급하더라도 안보 문제를 갖고 국면전환용 꼼수를 부리는 일은 당장 중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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