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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05 21:55 수정 : 2009.06.05 21:55

사설

미국과 이슬람 관계의 새 출발을 촉구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그제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은 미국의 대중동·이슬람 정책 전환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것이다. 그는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갈등했던 두 지역의 역사를 돌아보고, “차이를 통해 관계를 규정할 때 증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이들이 힘을 얻게 된다”며 지금이야말로 의심과 불화의 악순환을 끝내고 상호신뢰와 상호이익에 바탕을 둔 새 출발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오바마가 말했듯이 기독교권인 서방 세계와 이슬람 세계 사이에는 오랜 갈등의 역사가 존재한다. 십자군전쟁과 식민주의의 상흔 등 좀더 먼 과거에서부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속되는 지금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두 지역 사이엔 대결과 갈등의 역사가 되풀이되었다. 석유 이권과 유대인 로비에 좌우된다는 미국의 대중동 정책이 이런 대결과 갈등을 초래한 중요한 요인이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일방주의적 대결정책을 펴온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기에 미국과 이슬람권 사이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부시의 일방주의는 오히려 이슬람 세계에서 극단세력을 부추기고 강화시킴으로써 이 지역은 물론 세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오바마는 이런 과거와 결별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리력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공동의 이익에 도달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연설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부시 정권이 악의 축으로 비난했던 이란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존중하고 이스라엘의 자결권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의 자결권도 존중해야 한다고 한 대목이다. 이스라엘 편향을 극복하지 않고는 대이슬람 관계의 근본적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의 반영이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로 이슬람권의 대미 불신을 깨뜨리는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고 또 높다. 그의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요르단강 서안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이스라엘 문제나 이란 핵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말이 아닌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냉정한 시선은 이런 연유에서다. 평화는 어느 한쪽의 힘만으론 가능하지 않다. 이슬람권과 이스라엘도, 과거 역사를 진솔하게 반성하며 새 시대를 열자고 손을 내민 오바마와 함께 평화공존의 시대를 열어나갈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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