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6.05 21:58 수정 : 2009.06.05 21:58

사설

임채진 검찰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검찰 수사에 책임을 지고 어제 사퇴했다. 그는 ‘사퇴의 변’을 통해 “이번 수사를 총지휘한 검찰총장으로서 진심으로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말도 했다.

그의 잘못은 분명하다. 절제와 품격 있는 검찰이 되겠다는 애초 다짐과 정반대로, 그의 재임 동안 검찰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처럼 정치적 목적이 짙은 수사에 수시로 동원됐고 표적·과잉수사도 서슴지 않았다. 무리한 수사로 사회적 반발과 무죄 선고가 잇따르는데도 검찰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촛불 수사와 공기업 수사 등이 그랬고, 특히 박연차 사건 수사는 검찰의 퇴행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검찰이 다시 권력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듣는다. 이 지경에 이르도록 검찰을 잘못 이끈 책임은 일차적으로 그에게 있다.

그나마 그의 사퇴는 다른 이들에 견줘 돋보이기도 한다. 마땅히 져야 할 책임조차 모른체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김경한 법무부장관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을 동원한 강권통치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일도 여러 차례라고 한다.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불매운동에 대한 검찰 수사도 김 장관 지시로 본격화했다. 박연차 사건에서도 사실상의 수사 지휘자는 김 장관이라는 게 야당 주장이다. 정치적 배경이 의심되는 사건마다 이런 식으로 관여했다고 하니, 검찰 조직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킨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실제 표적수사를 이끌고 피의사실 공표와 망신주기 따위 월권과 위법을 저지른 수사팀 관계자들도 책임을 피하려 해선 안 된다. 사실, 검찰은 부실수사부터 부끄러워해야 한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구속영장 기각 등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대충 얼버무린 결과다. 그러고도 잘못한 게 뭐 있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구차할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거세진 검찰 책임론이 임 총장 사퇴 정도로 수습되길 기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게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책임 추궁을 넘어 검찰의 과도한 권력을 견제할 근본적 쇄신 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책임조차 제대로 지지 않으려 한다면 더 큰 화를 피할 수 없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