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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려스러운 오바마의 대북 발언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제 프랑스에서 “북한이 지난 수개월간 보인 행동은 엄청나게 도발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우리는 도발에 보상하는 정책을 계속할 생각이 없다”며 대북정책 기조를 변화시킬 뜻을 밝혔다. 그는 자신은 여전히 외교적 접근법을 선호하지만 북한이 외교적 해결에 필요한 진지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로켓 발사와 제2차 핵실험 그리고 대륙간 미사일 발사 준비까지, 오바마 정권 등장 이래 북한이 보인 일련의 도발을 고려할 때 미국의 실망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북한은 오바마 정권이 과거 부시 정권과 달리 대화에 의한 핵문제 해결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최근 들어서는 남쪽 정부의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피에스아이)’ 참여를 이유로 56년간 지속돼온 정전협정에 구속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정을 크게 해치는 북한의 이런 도발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제사회가 이를 규탄하고 적절한 제재를 가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대화기조에서 벗어나 대결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할 경우, 그 피해는 오롯이 우리의 몫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이명박 정부는 위기 돌파를 위해 남북간 긴장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벌써부터 서해에선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국지적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최근 이어진 북한의 도발이 후계체제 구축이라는 내적 필요에서 나온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남쪽 정부와 미국의 대북정책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 또한 없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래 6·15 선언과 10·4 선언을 부인하는 등의 조처로 북한을 자극했고, 미국 역시 북한과 진지한 협상을 하기보단 ‘무시 정책’에 힘을 실었다. 북한이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 복귀한 것은 핵실험 이후였다.
제대로 노력도 않은 채 대화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대화 자체를 보상으로 보는 시각 역시 맞지 않다. 북한 핵문제는 북한의 체제 불안을 해소해주고 국제사회에 편입시킴으로써 핵을 포기하게 만들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힘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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