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6.07 21:20 수정 : 2009.06.07 21:20

임채진 검찰총장이 퇴임식을 앞두고 한 기자간담회에서 김경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를 받은 사실을 밝힌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그가 구체적으로 적시한 수사지휘권 발동 사례는 누리꾼들의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하나였다. 하지만 수사지휘권 문제에 대해 “늘상은 아니지만 문건으로 발동되는 게 있다”고 말해, 광고 불매운동뿐 아니라 다른 사건에도 적지 않게 수사지휘가 내려왔음을 내비쳤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기는 하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장관이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적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김종빈 검찰총장이 반발해 사퇴할 정도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수사지휘권 발동의 구체적인 범위와 한계 등은 아직도 공론화 과정이 더 필요하지만, 그것이 매우 제한적·예외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남용될 경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임 전 총장의 발언 내용을 볼 때, 과연 수사지휘권 발동이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이뤄졌느냐는 점은 매우 의문이 든다. 그는 “1년6개월 동안 수없이 흔들렸다. 이쪽에서 흔들고 저쪽에서 흔들고 참 많이도 흔들었다” “장관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사건 관계에서 법무부와 검찰은 항상 긴장관계다”라는 말도 했다. 그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보면, 재임 기간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법무부가 간섭을 한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 자신은 외풍으로부터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다. 표현은 완곡했으나 그동안 불편했던 속내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것이 일치된 평가다.

임 총장 재임 시절 김경한 법무장관이 검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검찰 주변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한다. 검찰총장이 정연주 전 한국방송사 사장이나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 등을 놓고 머뭇거리자 윗선의 질책이 있었다는 말도 무성했다. 임 전 총장의 수사지휘권 발언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그동안 법무장관이 수사지휘를 내린 사건은 무엇인지, 서면을 통한 정식 절차를 밟았는지, 그리고 결과는 어떠했는지 등을 법무부는 소상히 밝혀야 한다. “식품 위해 사범 단속 같은 문서들”이라고 어물쩍 해명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