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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광장은 시민의 것 |
서울시와 경찰이 오는 10일 서울광장에서 시민단체 및 야당들이 열기로 한 범국민대회를 막기로 했다. 집회 불허 사유는, 같은 장소에 몇몇 보수단체들이 먼저 집회 신고를 했고, 범국민대회가 서울광장 조성 목적에 맞지 않으며, 집회가 폭력시위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따위다. 그동안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단체들이 집회를 열려고 할 때마다 되풀이해온 궁색하고 졸렬한 이유들이다.
우선, 자유총연맹 등이 먼저 집회 신고를 했다는 대목부터 살펴보자. 만약 시민단체나 노동단체 등에서 먼저 집회 신청을 했다면 과연 받아들였을까. 분명히 ‘폭력 및 교통혼잡이 우려된다’는 따위의 이유를 들어 불허했을 것이다. 보수단체들의 ‘집회 알박기’ 의혹은 제쳐놓더라도, 당국의 이런 설명은 집회를 막으려는 핑곗거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보수단체들의 집회 개최는 서울시와 경찰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집회만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경찰이 미리부터 ‘폭력시위 변질 우려’란 추측과 예단을 앞세우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자유롭게 집회가 허용되면 참가자들이 더 책임의식을 가지고 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
광장은 민주주의가 꽃피는 ‘개방과 소통’의 공간이어야 한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하는 열린 공간이 광장의 본디 모습이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서울광장의 사용 목적을 ‘시민들의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으로 국한해놓은 뒤, 이 규정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 집회를 막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서울광장은 대통령 것도, 서울시장이나 경찰청장의 소유물도 아니라, 바로 시민들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서울광장 사용목적 변경 등의 조례 개정운동에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조례나 법규정도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헌법 정신에 충실한 것이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도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정부의 방침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 자유의 본질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국가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도심 집회를 금지하려는 데 대해 입법조사처는 “국가 경쟁력 향상은 사회적 통합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국가 브랜드 가치 하락” 운운하며 서울광장 집회에 거부감을 표시한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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