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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쇄신론, 애초부터 방향이 잘못됐다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쇄신의 본체야말로 대화합이다. 화합 아닌 쇄신 해봐야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가 없다”며 당내 쇄신파가 요구하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와 대표 사퇴를 거부했다. 이에 쇄신론을 주도했던 당 쇄신위원회, 친이명박계 7인 의원, 중도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민본21 등은 일단 이달 말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행동을 유보하기로 했다. 당장의 실력대결은 피했지만 4·29 재보궐선거 참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본격화한 쇄신 움직임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여기에 당내 주도권을 쥐려는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 다음 당 대표를 노리는 정몽준 최고위원의 조기 전당대회 수용론까지 더해지면서 쇄신론은 사라지고 당권 다툼만 난무하는 양상마저 엿보인다.
국민화합과 북한 핵 문제 해결이라는 절박한 과제가 놓여 있는 마당에, 집권여당이며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은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한나라당의 혼선과 기능부전은 여권뿐 아니라 민생과 국가안보에 큰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이런 난맥상은 우선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부자 중심적인 국정운영 기조가 빨리 바뀌기를 바란다. 이런 요구는 4·29 재보궐선거 이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표는 계파간 화합만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청와대와의 관계에서도 민심을 전하기보다는 ‘받아쓰기’만 하는 비굴한 자세로 일관했다. 이러니 대표 사퇴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쇄신파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쇄신해야 한다는 구체적 요구를 내놓기보다 인물 교체에만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친박계 쪽에서, 말로는 쇄신을 하자고 하지만 속셈은 위기모면용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내 고사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이 이렇게 중심을 잡지 못하니 국정에 가장 큰 책임을 진 청와대마저 “국면전환용 쇄신은 없다”거나 “당이 의견을 모은 뒤에 대통령과 만찬을 하겠다”고 무책임하게 발을 뺀다. 지금이라도 한나라당은 쇄신의 초점을 민심이 원하는 바에 맞춰야 한다. 그래야 당도 살고 국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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