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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가 악화시킨 개성공단 및 억류자 문제 |
개성공단이 본격 가동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전면 철수를 결정한 업체가 나왔다. 다른 여러 업체도 생산설비를 남쪽으로 옮기거나 동남아 지역 등으로 이전할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는 북쪽 당국에 억류된 지 두 달 반이나 되는 현대아산 직원 문제가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정부는 억류자가 어디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남북관계의 현주소가 바로 이렇다.
지금의 개성공단 위기는 남북이 합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쪽은 지난해 12월 공단 체류 인원을 제한한 데 이어 지난 3월엔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이유로 통행 중단 조처를 취했다. 이어 억류자 문제가 발생했고, 지난달 정부는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발표했다. 남북의 꽉 막힌 대치가 상승작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들은 이제 터지기 직전의 새우등 꼴이 됐다. 내일 남북 당국의 실무회담이 열리더라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억류자 문제는 정부의 또다른 실패를 보여준다. 정부는 북쪽이 지난 4월 요구한 개성공단 실무협상을 억류자 문제와 연계시켰을 뿐 이 문제를 풀려는 특별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북쪽에 억류된 여기자 2명을 석방시키려고 미국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이름으로 대북 사과 서한을 보내고 특사 파견까지 제안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쪽이 접견권조차 인정하지 않은 채 남쪽 사람을 장기 억류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렇더라도 북쪽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사태 해결 노력을 게을리한 정부 태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개성공단 및 억류자 문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나빠진 남북관계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두 문제의 해법도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 노력 속에서만 나올 수 있으며, 남북관계를 풀려면 남북 사이 최고 수준의 합의인 10·4 및 6·15 선언을 피해 갈 수가 없다. 정부는 두 선언 이행을 논의할 진정한 마음이 있는데도 북쪽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먼저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금 남북관계는 전면 대치로 갈지 아니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지 분기점에 있다. 개성공단 및 억류자 문제가 그 시금석이다. 기싸움에 치중한 미시적·전술적 접근을 뛰어넘어 큰 흐름을 다시 잡을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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