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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0 21:50 수정 : 2009.06.10 21:50

〈한국방송〉(KBS)의 기자와 피디들이 주요 본부장과 국장에 대해 투표로 불신임을 결정했다. 그 내용도 압도적이다. 투표자의 70% 이상, 많게는 90% 이상의 불신임 표가 나왔다. 한국방송의 보도와 제작에 대한 내부 평가는 이로써 분명해졌다.

이번 투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보도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에서 촉발됐지만, 몇몇 간부들의 책임을 따져묻는 데 그치진 않는다. 투표에선 서거 관련 방송의 파행 제작에 대한 근본 책임이 경영진에 있으며, 이병순 사장이 이를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구성원들이 이번 투표를 새 경영진에 대한 포괄적 평가로 봤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지난해 8월 들어선 이병순 체제가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셈이다.

이병순 체제의 한국방송에 국민이 신뢰를 접은 것은 진작부터다. 지난 5년간 신뢰도 1위였던 한국방송은 이 사장이 취임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거리에서 시민의 야유를 듣는 처지가 됐다. 정부 비판 보도는 축소되거나 자주 누락되고, 비판적 인물들의 인터뷰나 방송 출연이 취소되는 일도 잦았다. 정부나 경영진이 한국방송을 지나치게 ‘친정부’로 기울도록 했다는 구성원들의 지적도 많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한국방송의 보도 행태도 사태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시민들의 애도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했다. 국민한테 돌을 맞고 손가락질을 받게 된 것은 스스로 불러온 일이라고 봐야 한다.

피디와 기자들이 나선 것은 이런 국민 신뢰도 추락에 대한 위기감 때문일 터이다. 새 경영진이 보복성 징계인사를 서슴지 않고 내부 비판과 반대 목소리를 일절 허용하지 않는 등 소통 부재의 현실에 대한 누적된 불만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우르자면, 시청자보다 권력을 의식한 보도 태도와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이고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에 대한 총체적 거부다.

한국방송 경영진은 이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경영진이 사원들의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더한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규 위반을 핑계로 한 징계 위협으로 억누르려 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잘못된 보도 태도를 사과하고 제작 자율성과 공정한 뉴스 제작을 보장할 방안을 찾는 게 옳다. 정권도 함부로 간섭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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