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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2 19:52 수정 : 2009.06.13 02:35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어제 발표됐다. 매우 실망스런 내용이다. 모두 21명을 기소했다지만 핵심인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의 수사 결과는 보잘것없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시늉뿐이었다. 몇 달 동안 수십 명의 검사를 동원했는데도 박 전 회장의 진술 말고는 뚜렷한 증거도 없어 공소유지가 걱정될 정도라고 한다. 총체적으로 실패한 수사다.

검찰은 무엇보다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된 것을 뼈아프게 여겨야 한다.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서도 검찰은 과잉·표적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에 대해 변명하려 했지만, 국민의 의심을 풀기엔 크게 부족했다. 수사 내용을 흘려 망신을 주고 압박하려 한 책임을 사건 관계인이나 언론에 돌리려 한 태도부터 구차해 보인다. 내밀한 수사 내용을 과연 누가 흘렸겠는가. 보완수사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신병처리 결정을 미뤘다는 변명 역시 수사의 상례에 어긋난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뒤 소환하는 게 마땅한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망신주기, 흠집내기 따위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 것이다.

표적수사, 보복수사의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가 국세청의 고발에 따라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 근거라는 태광실업 등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관여한 이 세무조사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으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 역시 그렇다는 의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수사의 몸통인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은 아예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검찰은 로비와 관련해 돈을 받은 혐의로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을 구속 기소했지만, 그가 실제 로비를 했다는 이상득·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직접 조사도 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경우 정작 로비 관련 혐의는 제대로 밝혀내지도 못한 채 주로 개인 비리로 기소했다. 로비의 직접 대상인 한상률 전 청장을 외국에 그대로 둔 채 형식적인 전자우편 조사만으로 ‘실패한 로비’라고 단정한 것도 상식 밖이다. 현 정권 실세들의 비리 의혹을 서둘러 덮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런 결과를 내놓으면서 검찰이 수사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강변할 순 없다. 지금의 검찰에는 의혹 해소를 더 기대하기도 어렵다.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남은 의혹들을 규명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오명을 스스로 벗지 못한 검찰을 개혁하는 일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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