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전직 대통령 충고, 성찰할 일이지 발끈할 일인가 |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 남북 공동선언 9돌 기념 연설에 대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은 “전 국가원수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사회갈등을 선동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며 김 전 대통령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김대중씨’라는 호칭까지 써가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이런 반응은 실로 어이없고 안타깝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전직 대통령이자 나라의 원로로서 그동안 애써 참아왔던 현 시국에 대한 염려와 쓴소리를 토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주의 후퇴, 남북관계 위기, 서민경제 몰락 등 그가 지적한 내용들은 이명박 정부만 외면하고 있을 뿐, 이미 대학교수·시민사회의 들불 같은 시국선언으로 확인된 것들이다. 청와대로서는 고언을 새겨듣고, 필요하면 자문이라도 하는 게 옳지 쌍심지를 돋울 일은 아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행동하는 양심” “방관하면 악의 편” 등 몇 마디를 문제삼아 ‘정권퇴진 선동 발언’을 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는 전체 문맥을 거두절미한 말꼬리 잡기에 불과하다. 김 전 대통령은 오히려 ‘정권과 국민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큰 결단”이 절실히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의 변화로 정권이 잘돼야, 나라도 국민도 불행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김 전 대통령 연설의 핵심이다.
청와대가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논거들을 보면 현 상황을 얼마나 아전인수 격으로 보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이동관 대변인은 “530만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로 선출된 정부를 독재정권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난했다. 이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그런 압도적인 표차의 승리에 심취한 나머지 국정운영 전반에서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반성할 대목에서 화부터 내는 셈이다. 서민경제 침몰에 대해 “빈부격차가 현 정부 들어선 외려 완화되는 추세”라고 강변한 것이나, 언론자유 악화에 “아무나 대통령을 비난하는 상황인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대꾸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김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깊이 성찰하길 권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