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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4 21:04 수정 : 2009.06.14 21:04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 국세청 나주세무서 소속 직원에게 파면 조처가 내려졌다. 내부통신망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것이 공무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과연 누가 품위를 잃었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국세청이 벌인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표적 조사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부산지방국세청 관할의 중소기업에 불과한 태광실업을 특명 조사국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이 잡듯이 뒤져 검찰에 고발한 것은 표적 조사의 전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를 진두지휘했다는 한상률 전 청장은 미국으로 몸을 피한 상태다. 정작 물의를 야기한 장본인을 감싸고돌면서 이를 비판한 직원을 파면하는 게 합당한지 묻고 싶다.

국세청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이주성·전군표 전 청장이 비리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고, 이번에는 정치보복성 표적 세무조사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어쩌면 야당의 요구대로 특별검사나 국정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지금 국세청이 할 일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대목이 없는지 살피는 일이다. 만약 잘못한 점이 있다면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해야 한다.

한 전 청장에 대한 비판이 사실에 맞지 않는 대목이 있다 하더라도 본인이 나서 이의를 제기할 사안이다. 당사자가 귀국해 당당하게 해명하고 의혹을 푸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다. 국세청이 나서 이렇게 과도한 반응을 보일 까닭이 없다. 자신에게 쏠린 의혹은 해명하지 않으면서 작은 비판의 목소리도 허용할 수 없다는 국세청의 행태는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30~40년 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번에 한 전 청장을 비판한 글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고 내부 게시판에 자성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려졌다. 그 정도 비판도 두렵다면 차라리 게시판을 없애는 게 낫다.

국세청이 유례없이 신속하고 강경하게 파면 조처를 한 것은 확산되는 국세청 책임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정치권력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다. 언제까지 권력의 눈치나 보면서 자기 안위에만 급급할 것인가. 스스로 변화 의지가 없다면 외과적 수술을 통해서라도 국세청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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