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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역 동원한 쌍용차 폭력진압 안 된다 |
쌍용자동차 비해고 직원들이 어제 정리해고 대상 노동자들이 파업중인 평택공장 출근을 시도했다가 무산됐다. 사고를 우려한 경찰이 양쪽을 차단하는 바람에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이날 회사 쪽 태도를 보면 심각한 사태가 우려된다. 말로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출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회사 쪽의 강제동원이었다. 문자메시지를 통해 출근 점검을 한다고 압박해 직원들을 나오도록 했다. 용역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도 대거 동원됐다. 게다가 현장에선 갈고리, 절단기, 포클레인까지 등장했다. 결국 용역직원을 동원한 물리력 행사를 노-노 갈등으로 위장하려는 것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쌍용차 파업은 일차적으로 회사와 노조가 풀어야 할 문제지만, 정부와 채권단도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힘없는 직원들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용역직원들을 동원하는 것은 불행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현재 회사 쪽이 마련했다는 공장 접수 계획을 보면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평택공장 안에는 정리해고 대상 직원들뿐 아니라 가족들도 포함돼 있다. 각종 인화물질과 위험한 설비들도 널려 있다. 용역직원 동원은 큰 인명 피해를 낼 수밖에 없다. 만약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회사나 경찰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대책이나 세워놓았는지 궁금하다.
쌍용차는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정리해고가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만으로 회사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치단결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임직원의 의지와 노력이다. 1997년 기아차가 위기에 몰렸을 때 전 직원이 500만원씩을 모아 신차 개발에 투자했고, 이것이 회생의 발판이 됐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노사가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정리해고를 하더라도 너무 깊은 상처를 남기면 회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리해고 대상 직원들은 퇴로가 없기 때문에 격렬히 저항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타협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회사가 사실상 아무런 타협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강제진압에 기대려는 것은 큰 잘못이다. 정리해고 대상 직원들을 공장에서 몰아내더라도 갈등과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들어 회사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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