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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7 21:08 수정 : 2009.06.17 21:08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그제 워싱턴 정상회담 내용은 실망스럽다. 대북 공동대응을 논의하고 ‘한-미 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을 채택했으나, 최대 현안인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해법은 전혀 내놓지 못하고 목소리만 높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두 정상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확인한 것은 일부 미국 인사들이 제기하는 핵보유국 인정 불가피론에 분명한 선을 그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 1784호의 성실한 이행을 다짐한 것은 핵실험 등 북한의 일방적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반영한다.

하지만 두 정상은 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풀 수 있는 방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국제사회 통합과 경제적 기회 등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룰 평화로운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하면서도 그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취임 당시 북한의 핵 포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대북 경협 등을 한꺼번에 논의하는 포괄협상을 지지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그런 협상 틀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외교적 수사에 그침으로써, 결과적으로 핵 문제가 악화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북 압박만 강조하는 편향적 태도를 이어갔다. 그는 “북한은 이제 과거 방식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촉구했다. 대북 제재와 압박만 강화하면 된다는 이런 태도는 핵 문제를 풀기는커녕 갈등을 더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가 주장한 5자회담 개최 역시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열리더라도 평화적 핵 문제 해결이라는 큰 원칙과 상충되기 쉽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전쟁에 대한 미련이 있지만 실행에는 못 옮길 것”이라고 말해, 냉전 시절을 연상시키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동비전에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지’를 명시한 것은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한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와 충돌한다. 한-미 동맹 차원을 넘어서는 통일 문제와 관련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도 섣부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마차를 말 앞에 갖다놓고 싶지는 않다”는 말로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이명박 정부가 협정을 밀어붙이는 동안 미국은 차분하게 실익을 따지는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먼저 바람직한 북핵 해법을 만들어 미국의 협력을 유도하는 대신 즉자적 강경대응에 치중하는 그릇된 접근 방식을 택했다. 또 미국은 대안 없이 어정쩡하게 강경론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두 나라 일부 인사들은 북한의 목표가 핵보유국 지위 확보에 있으므로 협상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협상무용론을 주장한다. 이는 전쟁을 감수하더라도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초강경론과 쉽게 연결된다. 이번 회담이 이런 시각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다면 큰 불행이다. 두 나라의 적극적인 대북 정책 재검토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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