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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8 21:46 수정 : 2009.06.18 21:46

검찰이 어제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 5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피디수첩 보도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경고하면서 정부에 신중한 결정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의견표명이니, 헌법으로 보호받는 언론·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애초부터 명예훼손 따위를 따질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헌법을 무시한 명백한 언론탄압이다. 온 사회가 민주주의의 후퇴를 한목소리로 걱정하는 마당에 보란 듯 또다시 행패를 벌이는 꼴로 비친다.

검찰 역시 피디수첩 수사가 억지라는 것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처음 이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도 무혐의를 주장했다고 한다. 담당 부장검사가 수사 강행 지시에 맞서다 사직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수사팀을 통째로 바꾸면서 무리한 수사를 밀어붙여 몇 달 만에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았다. 촛불 민심을 훼손하고 보복하려는 정치권력의 집착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러니 ‘청부수사’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이 내세운 논리가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보도를 담당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처벌하겠다는 발상부터 말이 안 된다.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언론의 본질적 구실이고, 언론 자유의 핵심이다. 언론이 그런 구실을 하려면 공직자가 집행한 정책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 검찰 주장대로 ‘미국산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보도하는 것은 당연히 협상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비난에 다름없다’고 한다면 비판 보도는 아예 불가능해진다. 그런 무지막지한 논리를 들이대는 것부터가 폭력이다. 이런 논리라면 정권에 반대하는 언론은 언제든지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는 게 되니 언론 자유의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 법원은 공인이나 공적 관심사안에 관해선 언론 자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보도에선 다소 과장이나 실수가 있더라도 취재진이 사실로 믿을 만했다면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번역상 몇몇 오류나 편집 사례, 사실관계의 일부 착각 등을 이유로 피디수첩이 전체적으로 왜곡보도를 한 듯 몰아붙였다. 범죄 혐의 입증과는 무관한 흠집내기라는 의심이 나올 만하다.

검찰이 ‘왜곡 의도를 추측할 수 있는 자료’라며 제작진 중 한 사람의 개인 이메일 내용을 공개한 것도, 박연차 사건 때와 같은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질타를 면하기 어렵다. 검찰은 더구나 이 제작진의 ‘내심의 의사’가 실제 프로그램 제작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전혀 밝히지 못했다. 그저 흠집내기, 딱지붙이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국가보안법 따위로 처벌하려던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의 행태가 이런 식이었다. 이러고도 검찰이 법률가 집단으로서 자존심을 말할 수 있는지 의심된다.

피디수첩 제작진 기소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경고다. 독재국가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다. 당장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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