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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형 슈퍼 개설허가제 도입해야 |
대기업들이 직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이 골목 상권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나 롯데슈퍼, 지에스수퍼마켓 등 기업형 슈퍼가 지난 4월말 현재 500곳을 넘었다고 한다. 기업형 슈퍼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매장 규모를 1000㎡(300평) 이하로 줄였기 때문이다. 기업형 슈퍼라도 규모가 1000㎡ 이하이면 아무런 제한 없이 골목 안까지도 진출할 수 있는 현행 규정의 허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실효성 있는 강력한 규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형 슈퍼는 비록 규모가 작더라도 동네 소매점들의 영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이들 슈퍼는 대기업의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망 등을 배경으로 값싸고 다양한 상품을 구비함으로써 영세점포들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매장 규모가 아무리 작더라도 대기업이 직영하는 기업형 슈퍼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규제 대책도 기업형 슈퍼의 골목 상권 진출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대기업이 직영하는 기업형 슈퍼는 규모에 관계없이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게 합리적이다. 또한 기업형 슈퍼를 개설하려 할 경우, 일정 범위 안의 동네 상권에 끼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개설 여부를 판단하는 개설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 방식의 규제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반대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의지 문제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 나라들은 이미 엄격한 허가제 등을 통해 기업형 슈퍼의 영업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규제를 할 경우 ‘그럼 사업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대기업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골목까지 파고들어 영세업자까지 잡아먹는 게 과연 기업윤리에 합당한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만한 경쟁력이면 국외로 진출해 사업을 키워가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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