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6.19 19:44 수정 : 2009.06.19 19:44

검찰이 그제 <문화방송> ‘피디(PD)수첩’ 제작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은희 작가의 전자우편 내용을 공개했다. 지극히 사적인 이메일 내용까지 공개한 검찰 행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도 정도를 넘어섰다. 자유민주사회에서는 도저히 일어나선 안 될 일들이 이렇게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현실에 참담할 뿐이다.

검찰은 “공소사실과 관계 있는 자료”여서 공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메일 내용에는 김 작가의 정치적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있지만 수사 대상이었던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 내용과 직접 관련된 언급은 없다. 검찰은 김 작가의 이런 성향이 광우병 보도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이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검찰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개인의 구체적인 행위를 넘어 그의 정치적 성향 등까지 문제 삼기 시작하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 설사 이런 이메일 내용이 공소사실과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기소 단계에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솔직하고 감성적으로 쓰이기 마련인 이메일 내용을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법정에서 유무죄가 가려지기 전에 ‘여론재판’을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필요하면 재판 과정에서 공개하면 될 일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일부 친정부 신문들은 검찰이 공개한 이메일 내용을 그대로 실으며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특히 김 작가의 이메일 내용 중 자극적인 몇 대목만을 뽑아내 김 작가에게 ‘불온 딱지’를 붙였다.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권 보호에 대한 인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검찰이 발표하지 않은 김 작가의 과거 활동까지 샅샅이 뒤져 공개하면서 김 작가를 매도하기에 바빴다.

친정부 신문들의 이런 보도 태도는 언론의 정도를 한참 벗어난 것이다. 검찰의 이메일 공개에 대한 비판은 한마디 하지 않은 채 이메일 내용을 근거로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왜곡·과장됐다고 단정하는 듯한 보도를 하는 것은 ‘검찰 기관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언론이 검찰의 이메일 공개를 용인하고 활용하면서 사실상 개인에 대한 ‘사상 검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위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