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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22 20:05 수정 : 2009.06.22 22:13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각계에서 잇따른 시국선언의 핵심 내용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도 얼마 전 ‘근원적 처방’을 언급한 터라 나름대로 기대를 거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한 이 대통령의 답변이 권력기관장 인사와 발언 등으로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답변은 아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참모들은 “이 대통령의 본래 모습인 중도와 실용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역사교과서 문제를 비롯해 곳곳에서 불필요한 이념적 편가르기를 해온 쪽은 다름 아닌 정부다. 그래서 ‘중도의 강화’가 진심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을 뜯어보면 최근의 격랑을 단순한 이념갈등 내지는 ‘좌파들의 준동’쯤으로 여기는 시각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동안 지적돼온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 국정운영의 독주와 오만 등은 사실 이념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대목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이 없이 ‘중도 강화론’으로 건너뛰는 느낌이 든다.

이 대통령의 마음이 국정 쇄신보다는 장악에 기울어 있음은 검찰총장·국세청장 인사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용산참사와 <문화방송> ‘피디수첩’ 사건 등에서 정권 입맛대로 수사를 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지명한 것은 공안통치 강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검찰이 당면한 과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로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인데도, 인사 내용을 보면 오히려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이 대통령은 “수사 관행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차제에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공허하기만 하다. 문제점투성이의 수사를 이끌어온 책임자를 검찰 총수에 앉히면서 수사 관행 개선이 가능하다고 여기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도 단독 국회를 강행하기로 하는 등 밀어붙이기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민주당 등이 내건 요구조건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민주당도 개원 협상에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지만 먼저 변화 의지를 보여야 할 쪽은 어디까지나 한나라당인데도 강공 일변도다. 한나라당이 이러면서 청와대에 쇄신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이런 모습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한동안 웅크렸던 태도에서 벗어나 공세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감지된다. 청와대 안에서 정국 주도권 회복, 대통령 홍보 강화, 국정 이슈에 대한 선제적 대응 따위의 말이 부쩍 많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지난해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는 숨죽이고 있다가 촛불이 잠잠해지자 공안통치를 강화한 것이 연상돼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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