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탄스러운 진흙탕 싸움 |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싼 갈등이 참으로 볼썽사납다. 지난 7일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 때 불거진 이해찬 국무총리와 손학규 경기도지사 사이의 신경전은 이견 차원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이 총리가 “정치적으로 나는 고수에 속하고 손 지사는 아래도 한참 아래”라고 깎아내린 데 이어, 손 지사도 “그 사람(이 총리)이 정치는 몰라도 행정이나 경제는 빵점 아니냐”고 받아쳤다. 그는 “정부와 일전도 불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 원색적인 비방도 있다. 정치인이기에 앞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총리와 비중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인 두 사람이 주고받을 말이 아니다.
여기에다 13곳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지난주 13곳 시·도 시장·도지사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즉각 중단하라는 공동 선언문을 냈고, 어제는 이들 지자체 의회가 ‘지방 육성 먼저, 수도권 규제완화 나중’을 뼈대로 한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 지자체는 수도권 지자체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맞서지만, 공기업 지방 이전 문제로 가면 서로 한치의 양보없이 대립하고 있다. 진흙탕 싸움이 될 판이다.
정책을 두고 이견은 있기 마련이다. 지자체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밀고당기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정도가 있는 법이다. 상대 처지를 이해하고 양보를 통해 조정하려는 틈이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규제 완화와 국토 균형발전은 나라의 장래가 걸린 과제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제대로 움직이기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도 열매를 맺기 버거운데, 보이는 건 정쟁과 지역이기주의뿐이니 개탄스럽기만 하다. 누가 판정승했느니, 완승했느니 하며 싸움을 오히려 부추기는 듯한 언론도 반성해야 할 터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