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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비호 속에 폭력을 자행하는 극우단체들 |
국민행동본부와 고엽제전우회가 어제 새벽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급습해 천막을 부수고 영정을 탈취해 갔다. 다른 곳도 아닌 전직 대통령의 분향소를 표적으로 삼아 난동을 부렸다니 놀랍고 개탄스럽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아직도 슬픔과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못을 박은 행위다.
이들 극우단체가 분향소 기습철거 뒤에 보인 언행은 더욱 안하무인이다.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경찰이 나서서 철거해야 할 것을 못하고 있어 애국단체인 우리가 나선 것이다” “불법 시설물을 놔둔 경찰이 직무유기를 했다”는 따위의 소신을 ‘당당하게’ 밝혔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극우단체들이 불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고 공권력을 대신해 법집행에 나서게 됐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극우단체들이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경찰의 비호와 묵인·방조 탓이 크다. 분향소 급습 때 현장 부근에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행패를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 경찰은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대응을 못했다”고 변명하지만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 국민행동본부는 지난 15일에도 분향소에 몰려가 가스총까지 쏘며 난동을 부린 적이 있던 터였다. 경찰이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시민·사회단체들한테는 법 이상의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보수단체들의 불법행위에는 한없이 관대하다 보니 이들이 마음 놓고 폭력과 위세를 부리는 것이다.
경찰의 이중 잣대는 국민행동본부가 어제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연 ‘북핵도발·디제이(DJ) 규탄 총궐기대회’를 허용한 데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단체의 일부 회원들은 허리춤에 아예 가스총까지 차고 다녔지만, 경찰은 군말 없이 집회를 열도록 허가했다.
경찰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국민행동본부를 ‘공익지원사업 대상 단체’에 포함시켜 정부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민행동본부가 신청한 공익지원사업의 내용은 다름 아닌 ‘헌법 수호 및 선진 시민정신 함양운동’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헌법 수호와 선진 시민정신 함양운동이 전직 대통령 분향소에 쳐들어가 난동이나 부리는 것인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정부가 극우단체들을 물심양면으로 감싸고 도는 한 이들의 기고만장한 불법행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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