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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이들 밥그릇까지 뺏는 경기도 교육위 |
경기도 교육위원회가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고 혁신학교 예산은 전액 삭감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는 지난 5월 주민 직선으로 당선된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 공약이다. 도교육위는 전체 추경예산안 3656억6500만원 가운데 5.6%에 불과한 김 교육감의 공약 관련 예산에 대해서만 계수조정을 벌여 이렇게 칼질했다고 한다. 김 교육감의 발목을 잡기 위한 정파적 행동이었다는 뜻이다. 누구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를 떠나, 이게 아이들 교육을 다루는 대의기관의 모습인지 개탄스럽다.
무엇보다 무상급식 예산을 반이나 줄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 교육감은 애초 오는 2학기부터 농산어촌 학교와 도시 지역의 300명 이하 초등학교부터 무상급식을 시작한 뒤 2010년까지 도내 모든 초등학교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더군다나 2학기용 예산 171억원은 2008년에 쓰고 남은 잉여예산으로 편성한 것이다. 어제 열린 청와대 시도교육감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무료급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데 경기도 교육위가 기어이 예산 삭감을 밀어붙인 까닭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예산 삭감을 지지한 한 교육위원은 부유층 자녀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빈곤층 자녀만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급식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지 안다면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혁신학교 예산도 그렇다. 김 교육감이 내놓은 혁신학교는 농촌 및 도시에 있는 비인기 학교 가운데 신청을 받아 한 학년 5개 반 이하, 학급당 25명 이내의 작은 학교로 새로운 교육을 실시해 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참여를 희망한 학교가 있을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구상이다. 교육위원들은 이런 실험조차 할 수 없도록 제동을 걸었다. 이명박 정부도 학교 다양화를 중요한 목표로 내세우며 학교 단위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을 유도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교육위는 혁신학교 실험조차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교육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임을 보여줬다.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를 살려놓을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법은 부득이한 경우 자치단체장이 예산안을 수정해 지방의회에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감의 예산 수정과 경기도 의회의 재검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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