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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25 22:57 수정 : 2009.06.25 22:57

사설

존엄사를 허용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김아무개(77)씨가 스스로 호흡을 계속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번지고 있다. 환자 가족은 병원이 과잉진료를 했다고 주장하고, 병원은 법원이 이 환자에 대해 사망단계에 들어섰다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말한다.

존엄사를 시행하려고 연명치료를 중단한 뒤 환자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환자의 몸 상태와 조건이 모두 달라 얼마든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과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존엄사 시행이 얼마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시행되는지 여부다. 현재 존엄사 시행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대법원이 김씨 사건을 판결하면서 대체적인 기준을 제시했지만 일반화해 적용하기엔 여전히 모자라는 점이 적잖다. 대법원의 기준은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과 ‘환자 본인의 의사 확인(또는 추정)’이란 두 가지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를 사망단계 진입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에도 상당 기간 생명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회복 가능성은 없으나 자발호흡으로 연명이 가능한지 여부가 불확실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사망단계 진입이란 표현은 논란을 빚을 소지가 많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상세한 기준을 만들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했다고 할지라도 가족들 판단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게 옳은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별도 문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 스스로 사전에 연명치료 중단 지시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럴 수 없을 때는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존엄사 시행의 근거는 죽음에 대한 환자 자신의 자기결정권이다. 그러나 몇몇 병원에서 준비한 사전지시서 방식은 가족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존엄사를 시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가족이 환자 의사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한 대법원 판결도 그런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존엄사 제도 도입은 필요하지만 시행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라는 진단이 나오더라도 다시 제3자의 검증을 거치게 하거나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자녀들이 환자의 의사를 막연하게 추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 등 3개 의료단체로 구성된 ‘연명치료 중단지침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최근 모임을 열어 9월 초까지 존엄사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바람직한 일이지만 의료계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각계각층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와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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